내 어린 시절 시골에 사는 이모네 간적이 있었다.
아마 10살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대략 80년대 초반이었을 것이다.

낮에는 아무 생각 없이 들로 산으로 사촌들과 뛰어다니는 그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그러다 어느 날 밤에 무슨 일 때문인지 생각은 나지 않지만 사촌들과 밖에 나가게 되었다.  그러다 어딘 가에 가서 무언 가를 하던 중 우연찮게 올려다 본 하늘을 보고 나는 뜨악했더랬다.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게 아닌가?

서울에 살며 뜨문뜨문 보이는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이 고작이었던 서울 촌놈이 쏟아지듯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고 화들짝 놀란 것이다. 매일 보는 일상이라 특별할 것 없던 사촌들은 이해가 안 가듯 나의 놀람에 더 신기해했지만.

그날 나는 두려웠다.

꼭 지구의 종말이 다가온 마냥 그 별들이 땅으로 떨어질 것 같아서, 생전 처음 눈앞에 펼쳐진 장관은 황홀함이 아닌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경외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뒤로 나는 밤하늘의 별이 주는 황홀한 경외감을 아직까지 느껴보지 못했다. 뉴질랜드 남섬에서의 여행에서도 그 맑은 밤하늘을 내게 허락해주지 않았기에.....


2016년 12월2일 밤 아니 3일 새벽

제자가 사놓은 태안 시골에 있는 집에서 하루를 머무는 가족여행 기간 중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때 그 만큼은 아니었으니 충분히 탄성이 나올 만 했다.

밤하늘에 그려지는 수많은 별들의 움직임 그리고 반짝임... 이런 광경을 처음 보는 딸아이의 얼굴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내 어릴 적 보던 별들조차도 이제는 도시에서도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자연이 주는 경외감과 황홀함 그 아름다움의 원천들, 거기서 맛보는 즐거움과 행복은 대체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새벽에 시골집 벽에 네 식구가 나란히 기대어 서서 밤하늘을 한 참이나 바라보았다. 돗자리 깔고 누워 오랜 시간 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나누다보니 쌀쌀한 초겨울 새벽 날씨도 가족들의 체온에 묻혀 그리 춥지 많은 않았다.



이제 시골에도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의 향연을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는 위기감이 몰려온다.

그럼 자연이 주는 우주의 광대함을 어찌 알고 그것만이 주는 경외감과 황홀감을 그 아름다움을 어찌 맛 볼 수 있겠는가?



사진출처 : 인스타그램 @butterdrum_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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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rkers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