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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의 마지막 만남

2013. 5. 14. 21:32 from Family


나는 할머니가 한분 밖에 없다.

친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분 모두 아버지가 어릴 적에 돌아가셨다.

외 할아버지께서도 어머니가 어릴 적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나는 외 할머니가 유일한 분이시다.


나는 할머니가 키워주셨다.

내가 어릴적 우리집은 가난했었다.

부모님은 장사를 하시며 돈을 버셔야만 했고

어린 나를 할머니께서 돌봐주셨다.

아예 몇년간은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할머니와 둘이 살았다.


나는 할머니가 부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예전엔 소풍을 가면 어머니가 함께 따라가곤 했다.

같이 게임도하고 포크댄스도 추고 말이다.

나는 할머니가 어머니 대신 오셨는데

항상 노란 한복을 입고 오셨드랬다.

본인께서는 중요한 잔치에 귀한 옷을 입고 오신 것일게다.

하지만 나는 그런 할머니가 부끄러웠다.

젊은 엄마가 아닌 할머니가 온것도, 그런 촌스런 한복을 입은 것도,

게임도 못하고 율동도 잘 따라하지 못하는 할머니가 부끄러웠다.


나에겐 할머니가 전부였다.

아주 어렸을때 집에 쌀이 없어서 밥을 못먹어서

배가고파 방안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울던 내게

어디서 밀가루를 빌려와 수제비를 끓여주셨던 할머니

그때의 수제비가 내겐 아직도 세상에서 젤 맛난 음식으로 기억된다.

또 내가 크게 다쳤을 땐 맨발로 뛰어나와 나를 들쳐안고 울부짖으시며 병원으로 뛰신적도 있다.

어릴적 엄마가 보고싶고 그 정을 못받은 그리움때문에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도 나는 잠 잘때 할머니의 마른 젖을 만지며 자곤 했다.

내 어린시절엔 할머니가 어머니요 아버지고 가족의 전부였다.


세월이 흘러 나는 어른이 되고 할머니는 더욱 늙어가셨다.

이젠 내게 가족은 더 이상 할머니가 아니었다. 

두번의 암수술과 여러 수술속에서도 삶을 이어가셨던 할머니는

어느날 등이 굽으시고 몸이 허약해지시더니 치매가 오셨다.

나는 그런 할머니를 잘 찾아뵙지도 못했다.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를 얼마전에야 오랫만에 뵈러갔지만 할머니는 나를 몰라보셨다.

나를 알아보실 때 찾아뵙지 못했던것이 너무 후회가 되었다.


두 달여가 지난 후

나는 한때 나의 전부였던 할머니를 잃었다.

입관을 하며 너무도 마르신 육체뿐인 할머니에게서 예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할머니와의 마지막 만남을 가졌다.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손만 대고 그 자리를 나왔다.

나는 장례를 치르는 내내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울면 너무나 많은 후회가 나를 짓누를 것 같아서....


24살에 홀로되시어 64년 간 수절하며 두 딸을 키워오신 분

수 없이 많은 어려움만 겪으시고 편할 때 쯤 아픔으로 또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신분 

예전 홀로 사실 때 시골에 내려가면 내 손을 잡고 항상 기도하신다 하셨는데

나는 할머니께 받기만 하고 아무것도 해준게 없었다.

장례식때도 울지 않았는데 홀로 있는 지금 너무나 많은 눈물이 흐른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덕분에 이렇게 살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딸 최복순 집사(1926~2013)


 

우리 나중에 하나님 나라에서 만나요

할머니 안녕~






 


    

Posted by markers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