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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05 Photo essay "너무도 더웠던 어느날의 이야기" 8


경복궁 역에서 너를 봤어
유난히 어두운 구석에 있는 네가
눈에 들어와 사진을 찍었지

아무도 찾지 않을것만 같은데
누군가를 기다리는 네가
외로운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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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카드를 찍고 개찰구를 들어서는데
갑자기 내 주머니에 동전이 잡혔단다
그때, 난 너에게 가고싶은 마음이 들었어

그래서 서둘러 카드를 다시 찍고 나갔어
왠지 너를 누군가에게 빼앗길까봐
에스컬레이터에서도 뛰어 올라 갔단다.
(누가 널 찾겠니? 그런데도 난....)

역시, 넌 어두운 곳에서 혼자였고
(물론 친구가 옆에 있었지만...)
날 기다리고 있는 듯 했어

동전을 넣었지
'달그락' 하는 소리가 예전 빨간색의
너의 옛 모습때 주던 투박함은 아니었지만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데는 충분했단다.

'아! 누구에게 전화를 하지?'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전화번호가 몇개 없다는 걸 알았단다.
예전엔 많이도 기억했는데 이제는
내머리에 담아둘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기에....  

참... 내가 한심해 보였어
어떤이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기는 싫었고
내가 기억하는 부모님 집에 전화를 걸었지
안부전화 일년에 한번도 안하던 내가
니덕에 이렇게 전화를 하는구나....

"따르릉....따르르릉...."
"여보시요?"
니 수화기 너머 소리가 들려왔어
'앗! 할머니구나'
나를 키워주신 외 할머니...
(난 4학년이 지나서야 부모님과 살았고 그전엔 할머니와 살았어)

"할머니, 준영이예요"
"여보시요?"
"할머니!! 저, 준영이라구요!!!"
"여보시요.... 내가 귀가 먹어 누군지 안들려요...."
"할머니!!! 준영이예요.....ㅠㅠ"
"여보시요.... 에구, 내가 늙어서....안들리네... 미언허요..."
.
"딸깍"
'뚜뚜뚜~'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너무 오랫만에
전화를 했지만 너무 늙으신 할머니는
내 목소리를 아시지도 듣지도 못하셨어

왜, 좀더 일찍 내 목소리를 알아들으실수 있을때
전화를 하지 못했을까? 후회가 밀려왔어
그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너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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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추스리고 나의 집으로 다시 전화를 했어
아내가 반갑게 받아줬지
"어, 그냥 공중전화가 있어서 전화해봤어..."

그래!!
우리는 이 세상에 혼자 크지도 살지도 않아
나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시고, 가르쳐주시고
함께 웃고, 울고, 먹고, 한집에서 자는
누군가가 있기에 내가 존재하는거야

그 옛날엔
너를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려면 줄을 길게 서곤 했는데
이제는 개인 휴대폰이 생겨서 너무나 간편하게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구나

그래서일까?
 자신만을 위한 세상이 되어서 전화 예의도 모르고
이제는 너를 찾지도 않는 구나....
혹시 네가 없어지지는 않겠지?

오늘 네덕에 날은 무척 더웠지만 마음은 시원하다
나를 다시 돌아보게되고 아주 좋았어
안녕~ ^^
.
.
그리고
남아있는 동전을 전부 전화기에 넣어놓고
수화기를 올려놓은 다음 나는 그 녀석을 떠났다

오늘 누군가도 나와같이 자신을 돌아보며
따뜻하면서도 마음 시원한 하루를
보내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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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너무도 더웠던 어느날에....

Posted by markerskim :